경주박물관 영남권수장고 개관
천년 보고(寶庫)를 열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민병찬)은 23일 오후 4시 박물관 남측 부지에 새롭게 건립한 영남권수장고의 개관식을 개최했다.
경주를 비롯한 영남 지역 유적에서 발굴조사로 출토된 매장문화재는 기존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할 수 없을 정도로 양이 많아 그동안 지역 박물관은 물론 발굴기관과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들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박물관은 국가귀속 발굴매장문화재 전용으로 본 수장고를 신축했으며, 영남 지역에서 출토된 매장문화재 60여만 점을 보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영남권수장고는 ‘열린 수장고’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해 운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일반 관람객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수장고의 문을 활짝 열어 우리의 문화유산이 보관, 관리, 연구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보거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여기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자연스럽게 결합해 소장품 정보와 열람 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총사업비 263억원인 이 건물은 지층 1층 지상 2층 총 9,242㎡ 규모로, 전시 수장고를 포함한 10개의 수장고와 소장품 등록실, 열람실, 촬영실, 훈증실, 아카이브실 등 소장품 관리를 위한 주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동식으로 설계한 수장대는 기존 방식보다 1.5배 이상의 유물을 보관할 수 있으며, 지게차와 유물상자 받침을 출납에 활용해 시간과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상설전시실과 수장고 보관품의 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영남권수장고는 대규모 문화재 보관 시설이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보관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재해 상황에 대비한 특화된 수장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
수장대는 규모 6.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화된 구조로 설계했고, 전도방지 장치, 레일 탈선 방지 장치, 격납품 낙하방지 장치 등을 추가 개발해 내진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수장고는 수장고 공간을 활용해 관람객을 위한 ‘열린 수장고’를 조성했다. 관람객이 수장고 내부로 직접 들어간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전시 수장고와 우리 문화유산이 박물관 소장품이 되는 과정, 훼손된 문화재가 여러 가지 과학적인 방법으로 과거의 모습을 되찾는 과정, 문화재를 만드는 여러 종류의 재료들을 볼 수 있는 작은 전시실을 마련했다.
영남권수장고의 완공으로 경주박물관의 면적은 기존보다 2배로 넓어졌다. 박물관 북쪽에 위치한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이 있는 전시 공간과 박물관 소장품과 관리 시설을 볼 수 있는 영남권수장고를 아름다운 경주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옥골교’라는 이름의 다리로 이어 놓았다.
남쪽으로는 경주 남산, 동쪽으로는 사천왕사가 있는 낭산, 서쪽으로는 무열왕릉이 있는 선도산, 북쪽으로는 반월성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조망권을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구효관 기자